top of page


굿이 열린 자리: 공동체 의례와 장소의 변화
삼청동의 한 갤러리에서 밤 10시, 굿이 열렸다. 한때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었던 의례가 오늘날의 문화공간에서 펼쳐지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마당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정시에 도착한 이들은 인파를 뚫지 못한 채 바깥에 머물렀다. 경호원은 도착하는 차의 문을 열었고, DJ가 고른 음악 사이로 방문객들은 화이트와인을 건네받았다. 서로 다른 시간과 문화에 속한 듯한 장면들이 어색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이윽고 징이 울리자 마당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만신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 굿판의 중앙으로 들어섰다. 작두날 위에 올라선 그의 몸은 군중보다 높이 올라섰고, 흩어져 있던 시선은 한곳으로 모였다. 그는 의례의 중심이 되었다. 만신의 소리에 맞춰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안 '구경하는 사람들'은 점차 굿판의 일부가 되었다. 그날 갤러리의 마당은 잠시 공동의 바람이 모이는 장소로 전환되었다. 굿은 여전히 수많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을
7월 19일2분 분량


건축전시를 한다는 것: <제주체-김석윤 건축전> 큐레이터 이야기
김지희 큐레이터가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김석윤 건축전 전시에 대한 소회를 적은 글입니다.
4월 12일4분 분량


건축 연구: 평평한 세계의 문턱에서
오늘날의 건축 환경은 점점 평평해지고 있다. 문턱은 사라지고, 계단은 경사로와 공존하며 바닥의 단차는 최소화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20세기 내내 진행되어 온 현대 건축의 보편적인 어휘이다. 모더니즘 이후 기능과 효율을 추구하는 건축 사조, 입식 생활로의 전환, 시공의 합리화, 안전에 대한 인식 변화-이 모든 흐름이 겹치며 평평한 바닥은 지금의 표준이 되었다. 1990년대 이후 배리어프리(barrier-free) 운동은 이 경향에 명확한 근거를 부여했다. 1997년 「장애인등편의법」 제정 이후, 접근성은 법적 의무가 되었고 사회적 합의로 정착되었다.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접근할 권리(accessbility)를 위해, 우리 사회가 노력한 결과이자 인간의 존엄과 포용성에 기반을 둔 사회적 합의이다. 그런데 질문이 남는다. 평탄화 이전의 건축 환경에는 불편함 외에 다른 것은 없었을까? 우리의 전통건축은 이 평평함의 논리에서 비껴 서 있다. 주로 ‘불규
2025년 10월 21일2분 분량


제주 성당 건축과 공동체에 관하여
성당 건축과 공동체 건축 역사에 있어, 종교 건축은 한 시대를 드러내는 축으로써 또 다른 공동체적 의미를 가진다. 여기서 ‘종교’란 초월적 존재에 대한 믿음을 넘어, 특정 신념과 가치 체계를 공유하는 이들이 모여 삶의 의미를 쌓아가는 구심점에 가깝다. 그리고 공동체란 ‘우리’라는 소속감을 느끼며 상호작용하는 집단으로, 종교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정신적 토대로 작동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역사회와 공동체, 특히 제주에서의 공동체 개념은 건축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개념이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수성 안에서 ‘공동체 의식’은 삶의 방식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제주 특유의 결, 제주다움으로 발현된다고 생각하며 이는 나의 건축 철학과도 같다. 한국의 종교건축은 크게 불교 사찰과 기독교 건축으로 나뉘며, 기독교 건축은 다시 가톨릭의 ‘성당’과 개신교의 ‘교회’로 구분되며 이 외에도 많은 종교가 자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성당은 누구나 접
2025년 10월 5일4분 분량


터에 대한 논의 - 근대 건축물 보존
근대와 로컬의 해체 존재된 것이 사라지는 경험은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지켜야 하는 가를 묻는다. 본 글은 근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시기에 소멸한, 그러나 여전히 보존의 가치를 지닌 건축물에 관한 이야기다. 근대가 현대에 남긴 상징성과 의미, 그리고 보존 가치에 대한 논의와 그 범위(기준)을 설정함에 있어 다양한 시선들이 혼재한다.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 1947-)는 근대화의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근대화를 위해 버려져야 했던 것은 로컬(Local)이었다. 근대화가 기존의 연결고리들을 모두 없앤 후 재구성한 이 영토에는 원주민적인 것도, 토착적인 것도, 원시적인 것도 없다. 로컬[근대화 이전의 로컬]은 비교의 대상으로 존재한다. 반-글로벌(anti-Global)을 의미한다.” 라투르의 지적처럼 근대화는 로컬을 해체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과정이었다. 전통(토착·지역적 의미)과 현대 사이에서 전통적 가치관을 재편하고 현대 사
2025년 9월 12일3분 분량


공간의 생산: 우리동네옆집
공간의 생산: 파괴로부터의 출발 건축은 파괴로부터 시작된다. 터 위의 흔적을 지우며, 땅 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걷어내는 일로부터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게 아름다운 의미들로 실현되는 건축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기존의 존재를 소멸시킨다. 집 한 채가 들어서면, 오래 보아 온 풍경에 낯선 윤곽이 더해진다. 그 안에 새로운 일상이 자리 잡는 동안, 골목을 오가던 눈에도 조금씩 다른 풍경이 익어 간다. 담장의 높이, 길에서 보이는 창, 대문 앞에 남겨진 자리까지, 새 집의 여러 결정은 대지 밖의 일상에도 닿는다. 도면에 대지의 경계는 그을 수 있어도, 집이 바꾸는 풍경은 그 선 밖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건축이 소멸을 전제로 하는 생산이라면, 그 결과물은 반드시 아름다워야 하지 않을까? 아름다움은 건축가의 주관적 판단이 아닌, 주변의 영역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정의되므로 주변의 삶과 맥락 속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그들의 인
2025년 9월 11일2분 분량


제주생활자(Jeju-dweller)
사유의 시작: <2024 제주건축대전> 주제 발제를 준비하며 건축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나는 건축의 정의와 그에 대한 태도를 묻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였다. 건축은 거주자의 특정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거주는 머무는 행위를 기반하므로, 모든 건축은 거주를 위한 환경이 된다. 이는 짧게 머무는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승강장까지 포함하며, 그 시간동안 몸으로 맞닥뜨리는 일련의 조건들을 포괄한다. 건축은 작게는 일시적 공간, 크게는 지역이나 국가와 같은 거대 환경까지 아우르는 총체적 체계다. 우리는 환경이 제공하는 조건을 통해 공간을 감각하는 방식을 자연스레 체득한다. 이러한 감각은 무의식적, 혹은 전의식적 차원에서 형성되며 건축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 연결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문화, 지역성, 정체성이라는 개념과 맞닿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주는 나에게 중요한 환경이다. 제주 특유의 문화와 지역의 연구는 늘 흥미로운 주제로, 내가 생각하고
2025년 9월 10일3분 분량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