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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이 열린 자리: 공동체 의례와 장소의 변화

  • 작성자 사진: O Kim
    O Kim
  • 7월 19일
  • 2분 분량


삼청동의 한 갤러리에서 밤 10시, 굿이 열렸다.


한때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었던 의례가 오늘날의 문화공간에서 펼쳐지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마당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정시에 도착한 이들은 인파를 뚫지 못한 채 바깥에 머물렀다. 경호원은 도착하는 차의 문을 열었고, DJ가 고른 음악 사이로 방문객들은 화이트와인을 건네받았다. 서로 다른 시간과 문화에 속한 듯한 장면들이 어색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이윽고 징이 울리자 마당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만신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 굿판의 중앙으로 들어섰다. 작두날 위에 올라선 그의 몸은 군중보다 높이 올라섰고, 흩어져 있던 시선은 한곳으로 모였다. 그는 의례의 중심이 되었다.


만신의 소리에 맞춰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안 '구경하는 사람들'은 점차 굿판의 일부가 되었다. 그날 갤러리의 마당은 잠시 공동의 바람이 모이는 장소로 전환되었다. 굿은 여전히 수많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을 지니고 있었고, 서로 다른 바람을 하나의 안녕으로 모으는 공동체의 형식이었다.


공동체의 안녕을 비는 굿이 갤러리의 기획 안에서 펼쳐지면서, 의례와 문화적 장면은 한자리에서 겹쳐졌다. 굿을 마련한 이들은 중앙에서 안녕을 기원했고, 이를 보기 위해 모여든 1,500여 명은 그 기원에 동참하는 동시에 관람자가 되었다.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워진 굿은 사람들의 호기심과 열기 속에서 다시 많은 이들과 만났다. 그러나 그 만남은 과거 마을의 공동체 관계를 되짚는 방식이 아니라 기획과 초대, 관람이라는 문화 자본의 질서 안에서 이루어졌다. 참여와 관람, 공동의 기원과 문화의 경험은 명확히 나뉘지 않은 채 한자리에 겹쳐 있었다.


의례가 장소를 옮긴다는 것은 단지 시대에 적응하는 일일까. 아니면 그 의미와 사람들의 관계까지 새롭게 구성되는 일일까. 같은 장면을 함께 바라보는 것만으로 우리는 공동체가 될 수 있는가.


현대화 속에서 마을 공동체가 해체되는 사이, 이를 전승하고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그날의 굿은

전통이 오늘의 장소에서 무엇을 이어가고, 또 어떤 관계와 순간을 새롭게 만들어내는지 생각하게 한다.


전통을 이어붙이는 것과 재해석하는 것 사이의 모호함 속에서 그 장면은 거대한 극장이었을까, 찰라의 연결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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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굿이 열린 갤러리현대 마당은 1990년 백남준이 요셉 보이스를 추모하며 굿 형식의 퍼포먼스 〈늑대의 걸음으로–서울에서 부다페스트〉를 펼쳤던 장소이다. 2025년 김혜경 만신의 〈대동굿–비수거리(작두굿)〉는 같은 장소에서 그 기억과 실험 정신을 환기하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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